11 남의 마음 끌려고 애도 쓰더니 참지 못할 독취를 내 피고 있어
오는 이의 고개를 돌이켜 주고 피하는 자 걸음을 재촉해 주지!
12 신식이란 다 차려 양장을 하고 아양 피는 얼굴에 간사한 웃음
별난 몸짓 다 꾸며 저만 잘난 듯 뵈는 곳에 나서기 좋아하던 몸.
13 변화 없는 수의를 입고 누워서 널판때기 네 조각 그것이 치장
상여 속에 떼며감 호사이랄까? 광 속에나 누워서 아양 좀 피지.
14 사정없는 가랫밥 황토 덩어리 취흥겨워 발맞춰 내려 다지는
상두꾼의 무지한 힘찬 달구질 받아 둬라 세인의 마지막 대우.
15 인사 체면 끌리어 따라온 무리 여기 저기 두셋씩 모여 앉아서
제 사장의 애기만 열중들 하네 지루한 듯 일끝을 재촉들 하네.
16 귀찮은 일 다했다 발길 돌이켜 시원한 듯 바쁜 듯 돌아들 가고
계견소리 아득한 적막한 곳엔 어제 없던 봉분만 하나 늘었네.
17 집 구석에 있기는 멀미가 나서 남의 눈을 피하여 쏘다니던 몸
좁고 좁은 널 속에 갇히어 있어 갑갑하게 그처럼 파묻혀 있나.
18 자나 깨나 생각턴 불량자 동무 재미나는 그 틈에 왜 못 가고서
찬바람만 우수수 부는 벌판에 외롭게도 혼자만 누워 있는가?
19 날 저물어 쓸쓸한 공동 묘지에 귀뚜라미 구슬픈 울음소리는
네 영혼의 애타는 통곡소린가? 억만 번을 울어도 때는 늦었다.
20 성세 받은 교우라 연도들 하네. 제대 위에 불 켜고 미사드리네.
받을 준비 됐어야 그 은혜 받지. 시체에게 음식도 소용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