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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기도/독백

담쟁이넝쿨

by Andrew Y Lee 2020. 10. 17.

 

여기저기 단풍들이 알록달록 색칠을 하기 시작했네요

머지않아 나뭇잎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겠네요

이어 겨울이 오겠지요....

 

오고가는 길옆에 굳세게 벽에 달라붙은 담쟁이넝쿨을 봅니다.

작년에 어느 곳에 같다가 담쟁이 넝쿨이 콘크리크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 거기에는 빨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평생 무심코 봤다가 거기에 빨판이 있는 것을 처음 본 것이지요.

아하, 너희들이 그렇게 해서 그토록 벽에 잘 붙어 있었구나.

 

사전을 찾아봤네요,

 

담쟁이덩굴은 돌담이나 바위 또는 나무줄기, 심지어 매끄러운 벽돌까지 가리지 않고 다른 물체에 붙어서 자라는 덩굴나무다. 줄기에서 잎과 마주하면서 돋아나는 공기뿌리의 끝이 작은 빨판처럼 생겨서 아무 곳에나 착 달라붙는 편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벽면(壁面)에 붙어 자라는 모양새를 보면 재미있다. 대체로 식물의 뿌리는 중력과 같은 방향인 땅속으로 자라고 줄기는 중력과 반대 방향인 위로 자란다. 그러나 담쟁이덩굴의 줄기는 이런 규칙을 꼭 따르지는 않는다. 공간이 비면 위나 옆은 물론 아래쪽으로 뻗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나무이름은 흔히 담장에 잘 붙어서 자란다고 하여 담장의 덩굴이라고 부르다가 담쟁이덩굴이 되었다. 한자 이름은 돌담에 이어 자란다는 뜻으로 낙석(洛石)’이라고 하여 같은 뜻이다.

옛 양반가를 둘러치는 토담에는 담쟁이덩굴이 올라가 있어야 제대로 된 고풍스런 맛이 난다. 그러나 토담에서 시멘트 담으로 넘어오면서 담쟁이덩굴은 차츰 퇴출당했다. 줄장미와 능소화가 담장의 나무를 대신하였고, 담쟁이덩굴은 숲속의 나무 등걸을 타는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담쟁이덩굴은 담이 아니더라도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을 뒤덮으면 건물의 품위도 올라가고 아울러서 중요한 역할도 할 수 있다. 여름에 햇빛을 차단하여 냉방비를 30퍼센트 정도 줄일 수 있으니 요즘처럼 온 나라가 에너지 문제로 난리일 때는 더욱 그 역할이 돋보인다.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햇빛을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미국이 자랑하는 단편작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는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인 존시는 폐렴에 걸려 죽어가고 있으면서, 이웃집 담쟁이덩굴의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다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바람이 휘몰아친 다음날 틀림없이 나목(裸木)으로 있어야 할 담쟁이덩굴에 마지막 잎새 하나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삶의 의욕을 갖게 된다. 기운을 차린 존시에게 친구인 수우가 그 마지막 잎새는 불우한 이웃의 늙은 화가가 밤을 새워 담벼락에 그려 넣은 진짜 이 세상의 마지막 잎새임을 일러주는 내용이다.

담쟁이덩굴 잎은 가을이 되면 단풍나무를 시샘이라도 하듯 붉은 단풍이 아름답게 든다. 이 담쟁이덩굴의 단풍은 단번에 잎을 떨어뜨리게 하는 떨켜가 잘 생기지 않으므로 바로 떨어지지 않고 겨울에 들어서야 떨어진다.

 

조선조의 선비들은 담쟁이덩굴이 다른 물체에 붙어서 자라는 것을 두고 비열한 식물로 비하했다. 인조 14(1636)에 김익희란 이가 올린 상소문에 보면 빼어나기가 송백(松柏)과 같고 깨끗하기가 빙옥(氷玉)과 같은 자는 반드시 군자이고 빌붙기를 등나무나 담쟁이같이 하고 엉겨 붙기를 뱀이나 지렁이같이 하는 자는 반드시 소인일 것이요라고 하여 담쟁이덩굴은 등나무와 함께 가장 멸시하던 소인배에 비유했다.

담쟁이덩굴의 오래된 줄기는 회갈색인데, 발목 굵기 정도까지 자라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넓은 달걀모양이며, 끝이 세 개로 깊이 갈라지는 것이 보통이나 얕게 갈라지기도 하여 모양이 여러 가지다. 잎의 크기는 아기 손바닥만 하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잎자루가 매우 길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초여름에 황록색으로 핀다. 열매는 작은 포도 알처럼 열리고 하얀 가루로 덮여 있으며, 검은빛으로 익어서 포도와 같은 집안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담쟁이덩굴과 꼭 닮은 미국담쟁이덩굴을 많이 심고 있다. 잎이 다섯으로 갈라지는 겹잎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것이 재래종 담쟁이덩굴과의 차이점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작은 부스럼이 잘 낫지 않는 데와 목 안과 혀가 부은 것, 쇠붙이에 상한 것 등에 쓰며 뱀독으로 가슴이 답답한 것을 없애고 입안이 마르고 혀가 타는 것 등을 치료한다라고 하였으며, 잔뿌리가 내려 바위에 달라붙어 있으며, 잎이 잘고 둥근 것이 좋다고 한다.

 

이파리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사연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빨판이 있는 것이 부러워 그것을 배워 본 받아 보려고 찾아봤는데,

너에게는 본받을 것이 너무나 많구나

 

빨판이 있어 어디에도 잘 붙어 견디어 볼 심산이었는데,

좋은 것은 다 배워야겠다.

 

고풍스런 맛이 난다는 것 좋은 것 같다. 배워야겠다.

냉반방기 30% 절약, 히야 너 참 좋은 일 한다. 배워야겠다.

, 어릴 때 읽었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그것이 담쟁이 너였구나

그렇게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던 명작의 주인공이, 햐 배워야겠다.

가을 멋이 흠씬 풍기는 단풍이 되어 겨울까지 질기게 간다니 배워야겠다.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니 이 볼 쌍 없는 시대에 얼마나 좋은 일이냐

동의보감에 소개될 만큼 그렇게 좋은 약재였다니, 넌 참 훌륭한 애다.

 

한 가지 소인배에 비유한 것은 너무 한 것 같다.

 

아무래도 너에게 꼭 배워야 할 것은 처음 감동 먹은 대로 빨판이다.

아무 곳에나 착 달라붙는 편리한 구조의 빨판

 

난 지금 달라붙고 싶은 데가 너무나 많거든....

하나님에게도

포도나무에도

머리된 주님께도

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게도

 

이 가을에 작년에 처음 보았던 빨판을 가진 담쟁이에게 배웁니다.

이 가을엔 오고가며 담쟁이넝쿨을 더 많이 보렵니다.

나 좀, 많이 알려줘 담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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