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씨시의 성자인 프란시스(Francis Bernardone: 1182-1226)에게 베르나르도라는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오래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하룻밤을 같이 자게 되었습니다.
성 프란시스는 자기의 성덕을 감추기 위하여 방에 들어오자마자 곧 침대에 뛰어들어 자는 체하였다. 조금 후에 베르나르도 침대에 들어가 큰소리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진 척했습니다.
베르나르도는 성 프란시스가 어떻게 기도하는가하는 호기심이 마음에 생겼기 때문입니다.
성자는 어떻게 기도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성 프란시스는 베르나르도가 잠이 든 것으로 알고 살며시 일어나 눈과 손을 하늘 높이 쳐들어
지극한 경건과 타오르는 열정으로 "오, 나의 하나님, 나의 모든 것"이라며 기도했습니다.
베르나르도는 조용히 귀를 기울여 그 다음 무슨 말을 하는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성 프란시스는 한참 말이 없다가 다시 "오, 나의 하나님, 나의 모든 것"하고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그러나 얼굴은 회개나 뉘우침이나 고민스러운 얼굴이 아니라 아주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다시 한참을 아무 말이 없다가 "오, 나의 하나님, 나의 모든 것"하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친구 베르나르도는 성 프란시스의 기도가"오, 나의 하나님, 나의 모든 것"
이란 말 외에는 아무런 다른 말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성자라고 해서 기도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성 프란시스의 기도를 들어 보면 알 수 있지.
그의 기도는 한 마디 뿐이던 걸 하고 소문을 내었습니다.
성 프란시스는 멸망하는 이 세상을 사랑하시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시어 인류를 구원하려 그의 외아들을 보내신 전능하신 하나님의 자비를 묵상하며 감탄하며 기도하고 있음을 그의 친구는 몰랐던 것입니다. 기도는 말이 아닙니다.
기도는 자기의 욕심을 이루기 위한 수단도아닙니다.
기도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그분의 뜻에 순복하는 다짐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마 26: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