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여보시오 벗님네 이 내 말 듣소.
지금 말한 이 죽음 잊지 마시오.
남의 일로 알고서 잊지 마시오.
그대 역시 조만간 당할 것이오.
36 이런 운명 당신은 피할 줄 아오?
하늘 땅이 무너져 변할지라도
그대 역시 죽어서 썩어질 것은
중천에 뜬 해보다 더 분명하오.
37 재깍재깍 초침의 도는 소리는
우리 생명 그만큼 깎는 소리요,
한치 두치 나가는 해 그림자는
우리 일생 그만큼 덮어 나가오.
38 남의 부고 우리가 받지 않았소?
우리 부고 남에게 한번 갈게요.
남의 시체 우리가 보지 않았소?
우리 시체 남들이 한번 볼게요.
39 우리 죽어 사심판 들어갈 때는
부모 처자 형제도 따를 수 없소.
친한 친구 동지도 따를 수 없소.
혈혈 단신 혼자만 끌려갈게요.
40 무덤까지 따라와 이별하고서
제 발길을 돌이켜 돌아간 다음
생각까지 다시는 아니할게요.
세상 사람 모두즐 이러한게요.
41 꿈같지만 전생에 범한 죄벌과
울며 불며 세웠던 선행 공로만
끝날까지 우리를 따라설게여.
영원토록 우리를 안 떠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