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미즈노 겐죠
혹시 올해는
안 피지 않을까고
생각했는데
가을 바람이 부는
창가에
나팔꽃
한 송이가 피었다가
핑크색 꽃잎
그 한결같은 우아함
그 한결같은 어여쁨
나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감상]
이 한 편의 시를 통하여 우리는 미즈노 겐죠씨가 얼마나 귀한 마음을 가졌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어여쁜 꽃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겠지요? 우리는 지나쳐가는 아름다움들을 볼 때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꽃들,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거나 만나게 될 때, 순간 마음의 눈을 감고 경건한 태도로 하나님께 감사드리게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 인사동에 갔다가 어느 분의 전시 도록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연로한 화가는 '무'(無, nihil)를 칭송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믿는 하나님은 '무'로부터 '유'(有)를 창조해 내신 다음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느낀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 보다는 '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들은 만약 그것들이 바른 질서 속에 있기만 하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무로부터 유래된 것도 무로 돌아갈 존재도 아닙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리가 보게 되고 접하게 되는 아름다움들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2009. 5. 16. 반포에서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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