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몹시 추운 겨울 날 성 프랜시스와 제자 레오는 함께 맨발벗고 길을 걸어 가고 있었다.
단벌 옷에 맨발로는 견디기 어려운 추위였다.
얼마 걸어가다가 앞에 선 프랜시스가 뒤에 따르는 레오보고 말했다.
"레오야, 기록해두라."
"선생님, 말씀하십시오."
"우리가 성덕과 신심으로 전세계에 모범을 보여 준대도 그 속에 기쁨이 없다고 기록하라."
"예."
"우리가 소경을 보게 하고, 꼽추를 낫게 하고, 마귀를 내쫓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살게
한데도 그 속에 기쁨이 없다고 기록하라."
"예."
"또 기록하라. 우리가 방언을 말하고 지식을 배우고 만가지 책에 능통하고 예언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속에 기쁨이 없다고 기록하라."
"예."
프랜시스는 계속해서 걸어가며 이런 말을 했다. 나중에 제자 레오는 의아해서 질문했다.
"아버지여, 그렇다면 완전한 기쁨이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우리가 이렇게 비에 젖어, 추위에 떨며, 온몸에는 흙탕물이 튀고 굶주려 기진맥진한 채
가서 수도원 문을 두드리면, 문지기가 화를 내며 '이 도둑놈들아 썩 가버려!' 하고
열어주지 않아, 눈보라까지 오는데 길가에 서서 춥고 배고픔을 참으며 깊은 밤에도
무정한 대우를 감수하면서도 불평않고 있을 때, 레오여! 이것이야 말로 완전한 기쁨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