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그대는 香
동방의 순결한 貞女
님의 향로에 담겨져
소리없이 타오르는 그 향연
위로 九天에, 옆으로 千方리
그윽한 향취 億劫에 사무쳐라.
그대는 불나비
빛! 불빛만 보면 狂喜에 차
두 날개 쭉 뻗고 마지막 圓舞
이윽고 불꽃을 안고 누워
님과 함께 타다 죽는 정열의 제물.
그대는 새, 밤새 우는 새.
울고 또 울고 목에선 피를 토해
두견꽃 잎 붉게 물들이는 새
불러 불러 멎을줄 모르는
님 상사의 애끊는 넋이어라.
그대는 鍾
이끼 푸른 옛 사원의 종각
딩덩... 딩덩... 천년의 변함없는 울림
앞 뜰엔 꽃도 피고 서리도 내리고
뒷 산엔 먹구름도 일고 단풍도 타고 衆生의 맘 따라
한 없이 울려 가네.
- 엄 두섭 (스승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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