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목사관은 초가 삼간
처마밑에 자전거가 비스듬히 놓이고
동지 섣달 추운 밤에 눈이 내린다.
교회당에 불 끄시고 목사관에 불 켜시고,
두터운 성경을 여시고 목사님은 돋보기 앞에
그윽한 은혜의 사래 긴 이랑을 더듬으신다.
목사관에 불 끄시고 목사님은 엎드려 기도하실 제
지붕에 흰 눈이 소복 소복 쌓이고,
눈앞에 삼삼이는 교우의 초막들.........!
세찬 눈보라와 기도의 대목에서
나직히 들리는 도야지의 울음에
뉘우쳐 눈을 뜨며 혀를 차신다.
미쳐 덮지 못한 우리의 지붕을 생각하고 돌아 누우며
눈속에 파묻혀 떨고 있는 어린 도야지를 근심하여
밤새 잠 이루지 못하시는 목사님
목사관에 불 끄시고, 교회당에 불켜시고
목사님은 손수 새벽종을 치실 것이다. (윤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