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디아스포라, 눈물의 사명
대형교회가 세상과 세상 것에 취해 취했다면 소형교회를 깨우시고, 소형교회마저 세상과 세상 것에 눌려 잠든다면, 해외 디아스포라 교회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말씀을 이루실 것이다.
디아스포라. 흩어진 민족을 말한다. 한인 재외동포 숫자는 조선족 등 재중(在中) 한인(약 250만 명)·재미(在美) 한인(약 240만 명)·재일(在日) 교포(약 91만 명)·고려인(약 55만 명)을 포함해 약 750만 명에 달한다. 중국인 5,500만, 유대인 1,000만 명에 비하면 적은 수다. 그러나 본국(本國) 인구에 비해 세계에서 두 번째, 살고 있는 나라 수로 따지면 세계에서 첫 번째로 알려졌다.
디아스포라는 ‘눈물’의 단어다. 윌리엄 사프란(William Safran)은 디아스포라를 ‘국외로 추방된 소수 집단공동체’라 정의했고, 퇴뢰리안(Khachig Tölölyan)은 ‘한때 유대인,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의 분산을 가리켰지만 이제는 이주민, 국외로 추방된 난민, 망명자, 소수민족 공동체와 같은 넓은 의미를 지녔다’고 해석한다. 추방·분산·망명·소수자(少數者), 미국 같은 선진국에 살아도 디아스포라는 약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기원 전 587년 전 강국 바벨론에 끌려간 나라 잃은 유대 백성의 통곡, 따듯한 거처와 빵을 찾아 떠돌던 집시(Gypsy)의 슬픔을 담고 있다. 19세기 아일랜드에서는 역사 상 초유의 기근이 덮치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영국과 북미, 호주 등으로 흩어졌다. 미국 몬타나주(州) 뷰트(Butte)라는 곳은 이들 아일랜드인이 개척한 탄광 도시다. “지구 상 가장 부유한 언덕(The richest Hill on Earth)”이란 별명이 붙었던 이곳도 고향을 그리는 이방인 집단의 우울(憂鬱)이 역사 속 곳곳에 박혀 있다. 도시 외곽 석탄박물관에 전시된 100여 년 전 그림 속 아일랜드 디아스포라의 표정은 북한 정치범수용소 그림을 연상케 만든다.
<‘돼지’라 불리며 팔리는 한인 디아스포라>
절규는 가까이 들린다. 90년 대 중·후반 김정은의 식량 배급 중단은 300만 명을 아사시키고 100만 명 넘는 주민을 중국과 러시아로 내몰았다. 지금도 수많은 동족이 식량 찾는 난민이 돼 대륙을 떠돈다. 많은 수의 여성이 돼지, ‘쩌(猪)’라고 불리며 이 남자, 저 남자에 팔려 간다. 오징어 박스 같은 상자에 담겨져 팔리는 여성도 적지 않다. 인심매매범들이 전신 마취된 북한 여성을 중국에 넘기는 것이다. 부모 잃은 아이들은 먹을 것을 찾아 강을 건너 꽃제비로 전전한다. 중국인 경찰인 ‘공안’은 틈만 나면 원숭이 사냥을 벌인다. 강제로 이북의 수용소 시설로 끌고 간다. 임신한 여성은 낙태되고 영아(嬰兒)들은 살해된다. 이들에겐 난민 자격은 먼 나라 일이요 UN과 국제법도 허망한 말이다.
한민족은 난민의 역사다. 병자호란 이후 60만 백성이 억울하게 청나라에 끌려갔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도공(陶工)들이 잡혀갔다. 100여 년 전 일제 시대. 어떤 이는 위안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징용으로 징집됐다. 러시아 연해주에 정착했던 한인들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의 이주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선명한 과거의 기억과 다른 현재의 망각과 침묵이다. 한국인은 역사 속 비극을 들춰내 분노를 되씹곤 하지만, 지금도 진행 중인 더욱 역겹고 더 혹독한 유린에 대해선 입을 닫는다. 이것이 동족 디아스포라의 집단적 아픔을 보는 우리의 사시(斜視)된 눈이다.
<아파본 자들이 타인의 아픔을 느낀다>
아파본 자들은 다른 이의 아픔을 쉽게 느낀다. 한인 디아스포라의 사명이 여기 있다. 한반도 본토에 사는 이의 감각이 무뎌져 있다면, 전 세계 흩어져 살아가는 한인 디아스포라는 민감한 정서적 촉수를 달고 있다. 짧던, 길던 방랑자 생활을 겪으며 수십 만 때론 수 백 만에 이르는 북한이탈 난민들의 고통을 감지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 자유롭고 안정되며 유복한 나라에 정착한 한인은 더욱 그렇다. 누구보다, 해외에 세워진 한인 교회, 그들에게 북한구원은 피할 수 없는 미션이다. 한국의 교회가 잠들어 갈수록, 한국의 교회가 깨도록 외쳐야 할 곳이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다.
해외에 세워진 한인 교회는 6,000곳을 넘어섰다. 1903년 1월에 해외 첫 한인이민교회가 하와이에 세워진지 114년만의 일이다. 미국이 전체 해외 한인 교회 중 73%로 가장 많다. 해외한인교회주소록(www.koreanchurchyp.com) 집계에 따르면, 2016년 12월30일 미국 내 한인교회는 4421개, 미국을 제외한 82개국에 소재한 한인교회 1630개다. 이 둘을 합치면 전 세계 한인이민자가 세운 교회는 6051개나 된다. 기독교 박해국 등 보안 상 특별한 상황 속에 있는 한인교회는 집계에서 제외됐다. 이들을 합치면 7천 곳이 훌쩍 넘는다 한다.
미국 내 한인교회 1/3은 캘리포니아에 있고, 캘리포니아 한인교회 1/3은 LA 소재 코리아타운 내에 있다. 미국 외에 한인교회가 많은 나라는 캐나다(482개), 일본(231개), 오스트레일리아(205개), 독일(138개), 영국(72개), 브라질(60개), 아르헨티나(52개), 뉴질랜드(37개), 멕시코(27개), 프랑스(25개) 순이다. 이방인 집단인 이들 한인 교회는 잘 사는 나라건 그렇지 않은 나라건, 지금 성공한 곳이건 그렇지 않은 곳이건 눈물을 맛봤다. 10대의 꽃제비, 같은 말을 하는 동족 처녀·누이들, 팔 수 있는 몸도 없는 남정들이 중국과 러시아 곳곳에서 울부짖는다. 우는 자와 함께 울 수 있는 하늘의 마음이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에 머문다.
한국인이 미혹되어 아무리 죄 짓고 음란에 빠져도 6051곳의 한인 교회, 풍요의 땅 미국의 4421개 한인 교회, 약속의 땅 이스라엘의 한인 기도자들이 깨어난다면 한반도의 영적인 38선은 무너지고 복음통일의 초월적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한반도 위에는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 제사장 나라의 언약이 머문다. 대형교회가 세상과 세상 것에 취해 취했다면, 소형교회를 깨우시고, 소형교회마저 세상과 세상 것에 눌려 잠든다면, 해외 디아스포라 교회를 통해서라도 하나님은 자신의 말씀을 이루실 것이다. 그 분은 자신의 마음에 합한 자를 찾고 계신다. 으리으리한 강남의 예배당에서, 산골의 작은 기도처에서 그리고 바다 건너 광활한 대륙 위에서.
리버티헤럴드(http://libertyherald.co.kr/)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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