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이 시를 쓰던 날들이 있었어
걸신들린 사람처럼 마구잡이로 먹던 날이 있었어
마음 내키면 어디든 떠나던 날이 있었어
다 버리고 당신을 따르겠다고 한 날도 있었지
어느날 뒤를 돌아보니 휭하니 광야 한복판
풀한포기 없는 삭막한 광야
보이는 것은 하늘 뿐, 그것도 잿빛 하늘만
시를 써야 하나
무엇을 먹어야 하나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늘을 바라보니
잿빛 구름 사이로 한줄기 빛
당신은 빛이셨는가
술래잡기하듯 꽁꽁 숨으셨던 당신
당신의 옷자락 한웅큼 잡으려고 헤매던 시간들
내 마음을 빼앗아 텅빈 가슴에 가슴알이 세월
당신은 광야의 빛이셨는가
이제는 또 다시 빛되신 당신을 따르겠다고
텅빈 가슴 쪼아려 고백하네
당신의 시를 쓰게 하소서
당신으로 함께 먹고 마시게 하소서
당신과 함께 어디든 가게 하소서
여인중에 여인 술람미처럼 고백하게 하소서
오셔요, 나의 연인이여
우리 함께 들로 나가요.
시골에서 밤을 지내요.
아침 일찍 포도밭으로 나가
포도나무 꽃이 피었는지
꽃망울이 열렸는지
석류나무 꽃이 망울졌는지 우리 보아요.
거기에서 나의 사랑을 당신에게 바치겠어요.
합환채는 향기를 내뿜고
우리 문간에는 온갖 맛깔스러운 과일들이 있는데
햇것도 있고 묵은 것도 있어요.
나의 연인이여
이 모두 내가 당신을 위하여 간직해 온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