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백합꽃아, 이제부터 3년 후에는
나는 요아킴과 안나가 즈가리야와 엘리사벳과 같이 있는 것을 본다. 그들은 예루살렘의 어떤 집에서 나오는데, 틀림없이 친구나 친척의 집일 것이다. 그들은 정결 의식을 하기 위하여 성전을 향하여 가는 것이다.
안나는 아기를 안고 있는데, 아기는 배내옷으로 꼭꼭 쌌지만 특히 틀림없이 보드럽고 따뜻할 것 같은 모직으로 만든 요로 잘 쌌다. 그리고 얼마나 조심성 있게 또 얼마나 사랑을 가지고 그의 작은 아기를 안고 보살피는가! 안나는 가끔 곱고 따뜻한 천의 끝을 쳐들고 마리아가 숨을 잘 쉬는지 보고 나서는 한겨울의 맑긴 하지만 추운 날씨의 찬 공기를 막아 주느라고 다시 덮는다!
엘리사벳은 꾸러미들을 들고 있고, 요아킴은 밧줄로 맨 크고 하얀 어린 양 두 마리를 끌고 오는데, 어린 양이기보다는 오히려 다 큰 양이라고 할 만하다. 즈가리야는 맨손으로 온다. 역시 흰 모직으로 된 겉옷 속으로 들여다보이는 아마포로 지은 옷을 입은 그는 매우 아름답다. 세례자가 났을 때에 이미 내가 본 즈가리야보다는 훨씬 더 젊어 보이고 기운이 펄펄해 보인다. 엘리사벳도 중년부인이지만 아직 젊어 보인다. 안나가 아기를 들여다볼 때마다 잠이 든 작은 얼굴 위로 황홀하게 몸을 기울인다. 짙은 자주빛이 도는 하늘빛 옷을 입고 머리를 덮고 어깨와 옷보다 더 짙은 빛깔의 겉옷 위로 내려오는 베일을 쓴 안나도 매우 아름답다.
그러나 요아킴과 안나는 명절옷을 입고 있어 장중하다. 여느 때와는 달리 요아킴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밤색 속옷을 입지 않고 대단히 붉은- 지금 우리가 성 요셉의 빨강이라고 부를 것 같은- 긴 옷을 입었고, 겉옷의 가장자리 술장식이 아주 새 것이고 예쁘다. 그도 둥글게 가죽띠가 둘러쳐진 장방형의 베일 같은 것을 쓰고 있다. 그의 옷은 모두가 새 것이고 고운 것이다.
안나! 오늘은 짙은 빛깔 옷이 아니다! 거의 오래된 상아 빛깔이라고 할 수 있는 매우 밝은 노란색 옷을 입고 있는데, 허리와 목과 손목에는 은과 금 같아 보이는 띠로 죄었다. 머리에는 무늬를 넣어서 짠 것 같은 아주 고운 베일을 쓰고 있는데, 이마에 역시 얇은 귀금속으로 된 띠로 고정시켰다. 목에는 금은세공을 한 목걸이를 걸었고 손목에는 팔찌를 끼었다. 옷과 특히 여러 가지 빛깔로 매우 아름다운 수를 놓은 완자 무늬로 선을 두른 엷은 노란색 겉옷을 입은 품위 때문에 정말 여왕 같아 보인다.
“결혼식날의 언니를 보는 것 같아요. 그 때 나는 어린 계집애에 지나지 않았지만, 언니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요” 하고 엘리사벳이 말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층 더 행복하다‥‥ 나는 이 예식을 위해서 같은 차림을 하려고 했다. 이 차림을 이 명절날에 입으려고 보관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날에 입을 희망을 가지고 있지 못했었다.”
“주님께서 언니를 대단히 사랑하셨어요...”하고 엘리사벳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 내가 제일 사랑하는 것을, 이 꽃을... 내 꽃을 드리는 것이다.”
“때가 되었을 때 언니는 어떻게 아기를 품에서 떼어놓겠어요?”
“내가 아기가 없었는데 하느님께서 아기를 내게 주셨다는 것을 기억하겠다. 나는 아기가 성전에 있는 것을 아는 그 때에 점점 더 행복하게 되어서 이렇게 생각하겠다. ‘아기는 성막 가까이에서 기도를 드린다. 엄마를 위해서도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기도드린다.’ 그로 인해서 나는 평화를 맛볼 것이다. 나는 '그 애가 온전히 주님의 것이다. 그 애를 하늘에서 받은 이 두 늙은이가 죽으면 영원하신 분이신 주님이 한층 더 그 애의 아버지가 되실 것이다'하고 생각하면서 더 큰 평화를 느낄 것이다. 정말이다,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이 아기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었는데‥‥ 주님께서 내 눈물을 닦아 주시고 내 바램과 내 기도를 단단하게 해 주시려고 하느님의 선물인 이 아기를 내 태중에 넣어주셨다. 그러니까 아기는 주님의 것이다. 우리는 아기의 행복한 보호자이다‥‥ 여기에 대해 주님을 찬미하자!”
성전의 담에 도착하였다.
“두분이 니까노르문에 가시는 동안 저는 사제에게 가서 알리고, 저도 그리 가겠습니다.” 하고 즈가리야가 말한다. 그리고는 회랑에 둘러싸인 큰 마당으로 들어가는 홍예문 뒤로 사라진다.
일행은 계속되는 계단식 정원으로 해서 나아간다. 왜냐하면-내가 이 말을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성전 울안의 땅은 높이가 같지 않고 점점 더 높아지는 계속적인 단계로 해서 올라간다. 각 단계에는 계단으로 해서 올라가고, 각 단계에는 작은 마당들과 회랑들과 대리석과 청동과 금으로 화려하게 세공한 출입문들이 있다.
약속 장소에 이르기 전에 그들은 가져온 물건들을 꺼내기 위하여 발을 멈춘다. 물건들은 버터를 많이 바른 넓고 판판한 빵과자로 보이는 것들과 흰 밀가루, 버들가지로 만든 새장에 넣은 비둘기 두 마리와 커다란 은전 두 개이다.
육중한 청동에 은을 입히고 수를 놓듯 세공한 아름다운 니까노르문이 저기 있다. 즈가리야는 벌써 아마포 옷을 장엄하게 입고 있는 사제 곁에 있다. 안나는 깨끗하게 하는 물로 보이는 물 뿌리는 것을 받는다. 그런 다음 제물을 바치는 제단으로 나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아기는 이제 어머니의 품에 있지 않다. 엘리사벳이 아기를 받아가지고 문 밖에 남아 있다. 이번에는 요아킴이 매애매애 하고 우는 불쌍한 어린 양을 뒤에 끌고 아내 뒤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마리아의 취결례 때에 한 것처럼 그 모든 살육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제는 안나가 깨끗해졌다.
즈가리야가 동료에게 가만히 몇 마디 말을 하니 동료는 미소를 띠고 그 말을 듣는다. 그런 다음 다시 형성된 일행에게로 가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들의 기쁨과 약속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축하하고 둘째 어린 양과 밀가루와 빵과자들을 받는다.
“그러니까 이 아기가 주님께 바쳐졌습니까? 주님의 강복이 아기와 함께 있겠고 당신네에게도 함께 있을 것입니다. 여기 (또 다른) 안나가 옵니다. 안나가 여선생들 중의 한 사람일 것입니다. 아제르 지파의 파누엘의 딸 안나입니다. 자, 이리 오시오, 이 아기를 성전에 바칩니다. 그래서 당신이 이 아기의 선생이 될 것이고, 당신이 지키는 가운데 아기의 성덕이 커갈 것입니다. 찬미의 제물처럼.”
벌써 호호백발이 된 파누엘의 딸 안나가 아기를 쓰다듬으니, 아기는 잠이 깨서 그 천진난만한 눈으로 그 모든 흰 빛깔과 태양에 반짝이는 그 모든 금을 쳐다본다.
의식이 끝난 모양이다. 나는 마리아를 바치는 특별한 제석을 보지 못하였다. 아마 거룩한 장소 곁에서 사제에게 또 특히 하느님께 그 말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모양이다.
“나는 성전에 가서 제물을 바치고 지난 해에 빛을 보았던 곳에 가고싶어요” 하고 안나가 말한다.
그들은 파누엘의 안나와 같이 그리로 간다. 그들은 엄밀한 의미의 성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은 이해가 간다. 여자들과 여자아기의 일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마리아가 자기 아들을 바치러 갔던 곳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러나 활짝 열린 문 바로 곁에서 어두컴컴한 안쪽을 바라보는데, 거기에서는 처녀들의 부드러운 노래 소리가 들려나오고 값진 빛들이 빛나며 금빛 광명을 흰 베일을 두 줄의 머리 위에, 정말 백합꽃 두 줄 위에 퍼뜨린다.
“내 백합꽃아, 3년 후에는 너도 여기 와 있게 된다.” 하고 홀린 듯이 안쪽을 바라보면서 느린 노랫소리에 미소를 짓는 마리아에게 안나가 약속한다..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하고 파누엘의 안나가 말한다.
“예쁜 아기입니다. 내게는 이 아기가 내 아이인 것처럼 소중할 것입니다. 아기 어머니, 내 나이가 그것을 허락해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 때까지 살아 계실 것입니다” 하고 즈가리야가 말한다.
“할머니가 이 아기를 바쳐진 처녀들 사이에 받으실 것입니다. 저도 오겠습니다. 저는 그날 여기 와서 아기에게 들어오자마자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는 알아듣고 한숨을 내쉰다.
예식이 끝났고 파누엘의 딸 안나가 물러간다.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은 성전에서 나와 자기들끼리 말을 한다.
나는 요아킴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
“내 제일 좋은 어린 양 두마리뿐 아니라, 이 기쁨을 위해서, 그리고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양을 전부라도 바치겠습니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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