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겐조' 이야기
일본에 ‘미즈노 겐조’라고 하는 유명한 장애시인이 있습니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때, 심한 열병을 앓았다고 하는데 그 결과로 그는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하고 발가락도 움직이지 못하며 말도 할 수가 없는, 그야말로 식물인간처럼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그는 고통스러운 몸과 마음이 되어 하루하루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는데….
그런 그에게 이웃에 있는 한 그리스도인이 찾아와 성경책 한권을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겐조의 어머니는 척추가 마비가 되어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사랑하는 아들이 엎드린 채 라도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작은 나무받침대를 하나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겐조의 어머니가 나무 받침대위에 성경책을 펴놓아 주긴 했으나, 겐조는 손가락을 쓰지 못하니까 책장을 넘길 수 조차 없었지요.
그래서 겐조가 성경 한 장을 다 읽은 후 눈으로 껌벅껌벅 신호를 보내면 옆에 앉아있던 그의 어머니가 책장을 한 장씩 한 장씩 손으로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학교도 교회도 다닐 수가 없었던 겐조는 남아있던 눈으로만 성경책을 읽고 또 읽었답니다.
처음 읽어보는 성경, 소년 겐조에게는 자신을 몰입시키는 하나의 세계였다. 매일 거르지 않고 성경을 읽어나가다가 그 속에서 구원의 주가 되신 예수그리스도를 만났습니다. 그러자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자신이 살아야 하는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여 그의 얼굴은 날로 밝아져갔습니다. 그의 주위에 사람들이 더 몰려들게 되고, 그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으로써 누구에게나 만면의 웃음을 지어보이곤 했다. 그래도 무척이나 답답했을 것이다. 그는 나중에 지은 시에서 <소리내어 고맙다 말하고 싶다>고 고백하고 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벌레보다 못한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하늘 보좌를 버리신 것과 십자가를 지신 그 귀한 사실을 마음속 깊이 깨닫게 된 그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몸이 부자유스럽고, 말조차 못하는 그가 어떻게 시를 지을 수 있었을까?
그 계기가 된 것은 겐조를 진찰하던 의사가 ‘예’라고 대답할 때는 눈을 감으라고 주문을 한 데서 비롯되었다. 겐조의 어머니는 이것을 단순한 대답뿐만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적용한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철자가 적혀있는 종이를 한장 그앞에 놓아 두고 막대기로 한자 한자 짚어 나가면서 아들의 눈동자를 살폈습니다.
어머니가 들고 있는 막대기 끝이 자기의 원하는 글자에 가서 닿으면 그것이 맞다고 겐조는 눈으로 신호를 보내었고…그러면 그의 어머니가 그 글자를 뽑아서 다른 종이에다 옮겨 적었고, 이렇게 고통 중에서 겐조가 눈으로 한자 한자 모아서 적은 글이 시집으로 출간 되었다.처음에는 한 줄을 적는데 1주일이 걸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의 첫 시집<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에는 아름답고 영감 있는 시가 170여 편이나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섯 평 짜리 방에서 보이는 정말 손바닥만한 공간, 이것이 그의 세계였지만 그 시속에는 하나님에 대한 찬미와 기쁨이 한없이 펼쳐져 가득히 넘쳐흐르고 있다. 첫 시집을 출간 한 후 어머니와 목사님이 돌아가셨다. 하나님은 말도 못하고 손발도 움직이지 못하는 겐조에게서 어머니마저도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성경말씀으로 잘 이겨내며 어머니대신 손이 되어준 분과 함께 두 번째 시집도 출간하였다.
그만 우세요
미즈노 겐조
어머니를 잃은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그만 우세요.
마음속은
신기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그리스도가
나와 함께
계시기 때문일까요.
괴롭지 않았더라면…
미즈노 겐조
만일 내가 괴롭지 않았더라면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드리지 않았을 것을…
만일 모든 형제 자매들이 괴롭지 않았더라면
하나님의 사랑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을…
만일 우리 주님이 괴롭지 않았더라면
하나님의 사랑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을….
그렇지는 않아
미즈노 겐조
걸어가는 사람은 나 혼자
그렇지는 않아
그렇지는 않아
나의 연약함을 아시는
주님이 나와 함께 걸어가신다.
고민을 하는 사람은 나 혼자
그렇지는 않아
그렇지는 않아
나의 연약함을 아시는
주님이 나와 함께 고뇌하신다.
기도드리는 사람은 나 혼자
그렇지는 않아
그렇지는 않아
나의 소원을 아시는
주님이 나와 함께 기도하신다.
가을
미즈노 겐조
사과 영그는 가을에 몸이
부자유하게 되고
코스모스 꽃이 필 무렵에
비로소 예수님 이야기를 듣고
성경을 읽고
귀뚜라미가 우는 밤에
구원의 기쁨으로
잠 못 이루고 있었다.
주님을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미즈노 겐조
그때 그 사람에게
사랑 없는 태도나 말이
주님을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그때 그 목소리에 마음이
움직였던 생각, 소원이
주님을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그때 그 일로 가슴 속에 일어난
불안이나 투덜거림이
주님을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하나님의 진실은 변함이 없다
미즈노 겐조
오는 해도 오는 해도
상큼한 첫 여름에는
은방울꽃이 피듯,
하나님의 진실은 변함이 없다.
오는 해도 오는 해도
하늘 맑게 갠 가을에
용담꽃이 피듯,
하나님의 진실은 변함이 없다.
오늘 하루도
미즈노 겐조
신문 냄새에 아침을 느끼고
냉수의 시원함에 여름을 느끼고
풍경 소리의 서늘함에
저녁을 느끼고
개구리 소리가 드높아
밤을 느끼네
오늘 하루도 끝이구나
한가지 한가지 일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느끼며
삶
미즈노 겐조
하나님의
크신 손 안에서
달팽이는
달팽이답게 가고
닭의장풀꽃은
닭의장풀꽃답게 피고
청개구리는
청개구리답게 울고
하나님의
크신 손 안에서
나는
나답게 산다